유언 - 유언의 방식

생활법률  

 

Q. 어릴 적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고 할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A남은 갖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번 맡은 일은 반드시 끝낸다는 신용으로 업계에서 알아주는 사업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느덧 A남의 나이도 70살이 되어 사업체의 경영권은 3남 1녀 중 자신을 가장 닮은 막내 B녀에게 맡기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편안한 칠순잔치를 열었다. 가장 행복해야 할 그 날에 A남은 갑자기 쓰러졌고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사경을 헤매게 되었다. 의사들을 제치고 갑자기 자녀들 중 C남이 공증변호사, 공증인의 사무원, C남의 친구 2인(증인)이 들이닥쳐 공증변호사가 “모든 재산은 C남이 갖는다”는 취지로 말하고 정신이 흐릿한 A남에게 “그렇죠?”라고 물었다. A남은 말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이자 공증인의 사무원이 해당 내용을 필기하고 이를 공증변호사가 낭독하여 유언서가 작성되었다. 2시간 후 A남이 사망한 경우, 이 유언서는 효력이 있는가?

 

A. 드라마나 영화에서 죽어가는 주인공이 ‘당신을 만나 행복했어요’, ‘내 딸을 부탁하네’ 같은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곤 합니다. 이러한 말들을 일반인들은 유언이라고 통칭하지만, 법률적으로 유언은 유언자의 사망에 의하여 일정한 법률효과를 발생시킬 것을 목적으로 일정한 방식에 따라 행하는 법률행위로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라고 정의합니다.

 

따라서 유언사항은 법률에 규정된 사항(ex. 친생부인, 인지, 재단법인설립, 유증 등)에 한하며, 법률의 규정에 없는 사항(ex. 입양에 관한 것, 상속인지정, 상속인의 순위지정 등)에 대하여 유언을 하더라도 이는 무효입니다. 위 설문의 유언은 A남의 재산을 모두 C남에게 유증한다는 것으로서 법정사항에 해당하므로 그 효력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또한 유언은 요식행위로서 법률에 규정된 방식에 의하지 아니하면 효력이 생기지 않는데, 이는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하고 그로 인한 법적 분쟁과 혼란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어서 법정된 요건과 방식에 어긋난 유언은 그것이 유언자의 진정한 의사에 합치하더라도 무효이다[각주1]. 위 사안이 바로 유언의 방식을 지켰는지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유언의 방식은 일반적인 경우에 하는 방식(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과 특별방식(구수증서)으로 나뉜다[각주2]. 다만 위 사안의 경우 유언자인 A남이 그 내용을 쓰고 날인하지 않았으므로 자필증서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민법 제1066조 참조), A남의 육성을 녹음하지 않았으므로 녹음방식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을 가질 수 없으며(민법 1067조 참조), 나아가 그 유언서를 봉투에 넣고 봉인하지도 않았으므로 민법 제1069조의 비밀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민법 제1068조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또는 동법 제1070조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효력을 가지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의 면전에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와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하는데, 위 사안은 A남이 고개를 끄덕인 부분이 유언취지의 구수에 해당하는지 문제된다. 판례는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각주3]”므로,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한두 마디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민법 제1068조에 정한 ‘유언취지의 구수’라고 보기 어렵지만, 공증인이 사전에 전달받은 유언자의 의사에 따라 유언의 취지를 작성한 다음 그 서면에 따라 유증 대상과 수증자에 관하여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하여 유언자가 한 답변을 통하여 유언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그 답변이 실질적으로 유언의 취지를 진술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각주4]. 이에 따르면 위 사안의 유언서는 사경을 헤매는 반혼수상태의 A남이 말로써 유언의 취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민법 제1068조에 따라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

 

민법 제1070조의 경우에도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구수할 것이 그 요건인데, 위 사안의 경우에 유언 당시 A남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각주5]”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그 효력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위 유언서는 효력을 가질 수 없고, A남의 자녀들은 원칙적으로 법정상속분에 따라 A남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각주6].

 

[각주]

1) 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2) 제1065조(유언의 보통방식) 유언의 방식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와 구수증서의 5종으로 한다.

3) 대판 2007. 10. 25.선고 2007다51550, 51567 판결

4) 대법원 2008. 2. 28.선고 2005다75019, 75026 판결

5) 대법원 2006. 3. 9. 2005다57899 판결(유언 당시에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언자가 유언취지의 확인을 구하는 변호사의 질문에 대하여 고개를 끄덕이거나 “음”, “어”라고 말한 것만으로는 제1079조가 정한 유언의 취지를 구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6) A남의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던 B녀의 경우, A남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면 민법 제1008조의2에 따라 기여분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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